공연전시 깊이보기(칼럼)

제목 [조훈성] <동시대의 고통과 죽음의 냄새> 리뷰-「비포 애프터 Before After」

평점 : 5점  

작성자 : 대전공연전시 (ip:)

작성일 : 16.06.20

조회 : 1302

추천 : 추천

내용


<동시대의 고통과 죽음의 냄새>

리뷰-「비포 애프터 Before After」, 작/구성/연출 이경성

2015.10.26.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 조훈성(공연예술축제 평론가)  


이미지출처:  두산아트센터 http://www.doosanartcenter.com/


  아.주. 매.우. 인.상.적.인. 작품을 보았다. 올해 본 작품 중에서도 정말 손꼽히는 작품이 될 듯하다. 예전 2008년 변방연극제에서 이경성 연출, Creative VaQi의 <The Dream of Sancho>를 볼 때와는 다른 감정이다. 이후, ‘크리에이티브 VaQi’의 후속 여러 작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작품 인연이 안 닿았는지 한동안 만나지 못하다가 이렇게 <비포 애프터 Before After>(2015, 두산아트센터 창작자육성프로그램)으로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 이 작품에 대한 평이 연속적인 작업에서 바라봐져야 하는데도, 어쩔 수 없이 이번 한 공연으로서, 그 작업의 한 단락을 본다는 한계를 가진다는 것을 미리 밝혀두고자 한다.  



 

 

  지난 10월 26일 한국 최초의 민간 소극장으로 1970년대 소극장운동을 이끌었던 서울 명동 ‘삼일로 창고극장’이 폐관했다. 그동안 적자 누적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왔던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결국 그 극장의 폐관 소식을 전해 듣는다. 나는 그 극장에 적혀 있었던 "예술이 가난을 구할 수는 없지만, 위로할 수는 있습니다."라는 간판을 스크랩해둔다. 가슴 아프게도 우리 현실에서 이 간판이 내려지는 것처럼, 이제 어떤 ‘예술’이 그나마 소외와 차별의 변방인들 가장자리 사람들을 위로할 수도 없게 만드는 '세계'가 되고 말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고통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습을 바라보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연극을 통해 그 고통을 연결하는 감성의 통로를 찾았으면 합니다.”

- 크리에이티브 VaQi 이경성 연출


  이경성 연출의 말처럼, 이 시대 ‘연극의 역할’, 분명 그 고통을 연결하는 ‘감성의 통로’를 찾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연극의 그 역할마저 권력은 ‘검열’과 ‘통제’로서 이를 원천봉쇄하고 있다. ‘비포(Before)’와 ‘애프터(After)’라는 연극의 결정적 시간의 구분은 이 연극에 출연하는 각 인물의 연극 아닌 연극적 시간의 다른 이야기들이 연환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아버지의 죽음 앞에 서 있는 ‘성수연’이란 인물부터, ‘장성익’, ‘나경민’, ‘장수진’, ‘채군’, ‘김다흰’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인물은 ‘어떤 사건’을 기점으로 두고 벌어지는 이전과 그후에 달라진 변화를 스토리텔링한다. 그리고 그들을 결속하고 묶은 하나의 무시무시한 ‘거대한 사건’은 그 개인의 삶과 긴밀하게 연결되어진다. 그 ‘거대한 사건’은 바로 2014년 4월 16일의 ‘세월호 참사’다.



 


   나 역시도 이 ‘사건’을 내 삶과 연결 짓기 위한 시도를 여러 번 해왔다. 하지만 이 작품이 주는 가장 큰 가치는 ‘개인’의 기억을 들춰내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연소된 줄 알았던 ‘감정’을 견인해내고, 거기에 밑불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큰 세월호 참사를 다룬 여러 작품들이 무대에서, 때로는 광장과 거리, 또 수장된 원혼이 있는 바다를 마주하여 우리와 만나왔다. 그런데, 대개 그 작품은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추모추념의 내레이션과 몸짓에 한정되었으며, 외부 자극에 대한 감정의 외연화에 지나치게 치우친 면이 없진 않았다. 무엇보다도 그 ‘죽음’에 대한 표현은 여러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자칫 그것은 ‘희생자’에 대한 추모추념을 벗어나 감정과잉에 또 다른 ‘폭력’을 만들기도 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죽음의 냄새’를 어떻게 ‘타자화’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나’와 그 사건을 어떻게 ‘연결’하여, 다른 공간을 한 공간으로 입체화하고 재구성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비포애프터>는 충분히 그 각 스토리의 관점을 하나의 큰 거대한 사건에 잘 묶어놓을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그 ‘연극의 역할’을 잘 수행해냈다.    

  인상적인 장면은 사소한 지점에서도 만날 수 있다. 난데없는 ‘극장 비상탈출 매뉴얼’, 채군 작사의 ‘랩’, <끄덕했지>, 어색한 걸 그룹 댄스, ‘실시간 뉴스’, 천주교 ‘연도기도’ 등의 다양한 형식의 삽입 역시 결국 이 연극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로 귀결되고 있다. 그래서 ‘당사자 만들기’라는 문제를 거리감 있는 ‘연민’에서 빠져나와 타인의 고통을 체험하는 그래서 ‘연극’의 고통을 통해 ‘당사자’의 고통을 직접 체험 가능하게끔 만드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적나라한 뒤태’를 자세히 본 적이 없었다. 모든 나신의 뒤태는 참으로 '참'하다. 뒤를 못 볼 때 얼마나 많은가. 바람 불고 쌀쌀한 날씨. 이런 밖에는 역시 나도 사람도 '안'사람이 되고 만다. 극장 안에서 나는 내가 얼마나 ‘세월호’에 대한 집착이 위선적이었는지를 알게 된다. ‘공동체’라는 것을 말하면서 사실 ‘공동체’는 저 멀리 보이지 않는 거짓 허상, 방편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서 낯 뜨거워질 수밖에 없게 된다. 2008년 Creative VaQi 가 변방연극제에서 연행한 <The Dream of Sancho>를 나는 이렇게 평했었다.


  “ ‘존재’란 망상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정체’의 이성적 탐구에서 온다. 현대인은 ‘꿈’을 꾸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이성적 탐구’를 머리아파 할 뿐이다. ‘철학’은 밝음이 아니라 골치를 아프게 하는 그늘의 푸른곰팡이와, 먼지 묻은 책과 같은 것이다. 다시 말해, 작품 <산쵸>는 감정이 메마른 현대인에게 감성을 회복하자고 하지만, 밝음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단지 감성은 시간적, 공간적 원환 테두리에서 언젠가 찾을 수밖에 없는 필연으로 다가올 뿐이다.(하략)”

-<The Dream of Sancho>評, <마술피리와 풍차, 그리고 늙은 기사>중에서


  이를 인용해 한 연극세계에 대한 아쉬움도 전한다. 사실, 낯 뜨거워지고, 연민의 허상에 빠져있는 이에게는 어쩌면 이 연극이 보다 큰 어떤 무기력함도 더할 수 있음이라는 것이다. 망상의 극복보다도 망상의 허상으로 연대해 있는 이들을 위한 숨통도 좀 마련되면 어땠을까. 연극을 보는 내내 나의 심전도는 그리 평안하지 않았으며, 사실 그 심전도가 필요한 이들은 따로 있는데, 극장을 가득 메운 우리는 또 다른 감정의 부산물에 엉덩이를 무겁게 떼야 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연극이 ‘연극’으로서의 진정성, 그것이 작품으로서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들이 상당하다고 본다. 가능하면 어떻게라도 더 많은 이들을 극장 안으로 데려올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한다. 심지어 이 연극을 극장 밖으로 데리고 나오면 어떨까도 생각한다. 그만큼 오늘, 이 연극이 ‘우리’에게 밑불로서 필요하다는 것이다.  (*)

   


 

기획: 두산아트센터

제작: 두산아트센터, 극단 크리에이티브 VaQi

작/구성/연출: 이경성

작/출연: 장성익, 나경민, 장수진, 성수연, 채군, 김다흰

드라마터그: 전강희

무대디자인: 신승렬

조명디자인: 고혁준

사운드디자인: Kayip

보이스코치: 최정선

영상디자인: VISUALS FROM.

움직임지도: 이소영






조훈성(문학박사, 공연축제평론가)

문학박사(「마당극의 사회의식 변화에 관한 연구 : 대전ㆍ충청지역을 중심으로」 (공주대학교 국어국문학 박사학위논문, 2013)

前, 사)한국민족극운동협회 <민족극과예술운동>편집장

現, 공주대학교, 한밭대학교 출강.

現, 공주문화원 부설 향토문화연구소 연구위원

現, 민족극예술연구소 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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